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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맥주 들고 가요”…고물가 시대 콜키지프리 식당 뜬다
  • 김사묵 기자
  • 등록 2023-03-22 18: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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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어때<57>]-콜키지 서비스 확산
  • 외부주류 반입 가능한 술집·식당 증가…“고물가·경기침체에 손님 유인책”
  • 온라인 SNS서 콜키지 맛집 리스트 공유·확산, 입소문 힘입어 매출 상승

최근 손님이 외부에서 가져온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른바 콜키지(Corkage) 프리 식당이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손님이 외부에서 가져온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른바 콜키지(Corkage) 프리 식당이 늘고 있다. 서민의 술로 불리는 소주마저 가격이 6000원까지 치솟는 등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커진 데다 경기침체까지 겹친 상황에서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외식업계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콜키지는 고객이 직접 자신이 마실 와인 등 술을 음식점에 가져가는 문화다. 본래 유럽에서 원하는 와인이 레스토랑에 없을 때 직접 와인을 들고 가는 것이 유래다. 유럽에서는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중시하는 마리아주 문화가 퍼져있어 레스토랑에서도 콜키지를 대부분 인정한다. 다만, 국내에서 퍼지고 있는 콜키지 문화 원인은 마리아주가 아닌 고물가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 고급 레스토랑 국한됐던 콜키지 서비스, 일반 식당·주점까지 확산


그간 콜키지 혹은 콜키지프리 서비스를 제공하던 곳이 주로 고급 레스토랑였다면 최근엔 횟집과 삼겹살, 순댓국 가게뿐 아니라 술집 등으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손님이 가져가던 술의 종류도 차이를 보인다. 기존엔 주로 값비싼 와인과 양주 등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최근엔 소주나 맥주 등을 가져가는 손님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홈술이 유행하면서 외식비를 아꼈지만 거리두기 해제 이후 다시 사람들과 직접 만나야 하는 일이 늘어나자 치솟은 술값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주 가격 역시 최근 인상되면서 식당에선 6000원에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주류 가격 상승세는 통계청 자료에서도 엿볼 수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가격은 전년 대비 5.7% 올랐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5% 올랐던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소주는 전년 대비 7.6% 올랐고, 맥주는 전년 대비 5.5% 올랐다. 


특히 주류 가격의 경우 제조사가 출고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가 내야 할 최종 가격은 더 오를 수 밖에 없다. 제조사에서부터 시작해 도매상과 소매점 등을 거쳐 소비자가 구입하는 구조다보니 유통 과정에서 마진이 붙는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소주 한 병을 1950원에 팔고 있다고 해도 식당 등에선 6000원에 팔고 있는 이유다. 


콜키지 문화는 최근 고물가 시대에 외식을 더 저렴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포털사이트와 SNS 중심으로 콜키지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네이버 데이터 랩 검색량 추이를 보면 콜키지 검색량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사진=데이터랩]

자신을 애주가라고 밝힌 조기현(62)씨는 “예전엔 만원대로도 술을 마실 수 있었는데 요즘은 술이랑 외식값이 너무 올라서 3만원 가까이 써야 한다”며 “과거 이탈리아 출장을 갈 때 콜키지 문화를 접했는데 손님 입장에서 원하는 술을 더 싸게 마실 수 있단 건 참 좋은 문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콜키지를 해봤다는 김서영(33·여) 씨는 “친구들이랑 술을 마실 때마다 부담이 컸는데 콜키지 식당을 가니 부담이 확 줄어들었다"라며 “그리고 맨날 마시던 소주나 맥주가 아닌 와인이나 양주를 가져와 나눠 마시는 것도 색다르고 재밌었다”고 밝혔다.


SNS를 중심으로 콜키지 맛집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검색 포털에 ‘콜키지’라고 검색만 해도 수많은 정보 공유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콜키지 관련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콜키지 관련 게시물 수는 2만2000여개가 넘고, 콜키지프리는 10만4000여개에 달했다. 


네이버 데이터 랩 검색어 트렌드 동향에서도 검색량이 이번 달 콜키지 검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NS와 주요 커뮤니티에선 아예 ‘콜키지프리 맛집 리스트’가 공유될 정도로 콜키지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콜키지프리 서비스 식당 속속 등장…입소문 힘입어 매출 증가세


SNS를 중심으로 콜키지 맛집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검색 포털에 ‘콜키지’라고 검색만 해도 수많은 정보 공유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망고플레이트 갈무리]

콜키지·콜키지프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이를 겨냥한 식당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본래 국내 외식업체 대다수는 외부 음식이나 술 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최근 증가하는 콜키지 고객들을 잡기 위해 콜키지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손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콜키지를 통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손님을 받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의정부에서 감성주점을 운영하는 기성택(62) 씨는 “술집인데 술을 가져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게 무슨 경우인가 했지만, 고물가로 가게 사정이 지원금을 받던 코로나 시기보다 더 안 좋아지고 있어 최근에는 오히려 콜키지 손님들이라도 올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사하는 사람은 트렌드를 따라갈 수밖에 없고, 그래도 손님이 한 분 더 오는 게 없는 거보다는 좋으니, 이참에 콜키지 전용 안주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삼겹살 식당을 운영 중인 김진호(53) 씨는 “와인이나 전통주 등을 가져오는 손님들이 많아져서 처음엔 콜키지 시 2만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무료로 하고 있다”며 “주류 매출은 줄었지만 오히려 콜키지 프리 서비스를 시행한 이후 소문을 듣고 온 손님들이 많아져 전체적인 가게 매출은 늘어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또한 고물가 시대에 콜키지 문화는 업체와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좋은 문화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늘어난 손님으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손님 입장에선 물가 부담은 물론 취향에 맞는 술을 선택해 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당이 점점 전문화, 고급화될수록 소비자들의 욕구도 더 세분화된다"며 "소비자가 원할수록 이러한 서비스는 계속 새롭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소비자 중심 서비스를 도입한 식당도 늘어날 것이다. 소비자마다 술의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식당에서는 여러 가지 술을 구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비자는 원하는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이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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